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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출산&육아

단각자궁 자연임신 & 출산 후기(feat. 성장지연으로 걱정했던 나날들)

by mr-mrs-money 2024. 8.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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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출산 후에야 자궁기형 중 하나인 '단각자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보통 임신 전후에 알게 되는게 일반적인 것 같은데, 나의 경우 자연임신을 했고 그 전에는 자궁 초음파를 본 적이 없어 수술하기 전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것 같다. 

 

단각자궁은 조산의 위험이 높다고 한다. 다행히 무사히 출산을 했지만 나도 임신 중 이벤트가 종종 있었다. 단각자궁이 이 이벤트들의 원인이었던 것 같아 임신과 출산 과정을 기록해 두려고 한다.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임신 기간 이벤트

 

임신 11주차 - 출혈

그 전까지 아무 이벤트가 없다가 흔히 안정기라고 하는 12주차를 한 주 남겨 놓고 갑작스럽게 출혈이 있었다. 생리대 하나가 흠뻑 젖을 정도 양의 선홍색 출혈이었다. 밤 늦은 시간이라 어찌할까 고민하다 다음날까지 기다리는 것은 위험할 듯 해 급하게 분만 병원의 응급실로 갔다. 다행히 아기는 잘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임신 초기에는 아기와 아기집이 작은 상태라 태반이 경부 쪽에 살짝 걸쳐 있기 때문에, 무리할 경우 태반 혈관이 탈락되면서 출혈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을 들었다. 일주일 정도 눕눕하면서 쉬는 것이 좋다고 하셔서 한 2주 정도는 조심했던 것 같다.

 

임신 20주차 - 경부 길이 짧아짐

이 때는 큰 이벤트는 아니었지만 경부 길이가 3cm 정도로 주수에 비해 짧은 상태라는 소견이 있었다. 주치의 선생님이 되도록 많이 쉬라고 하셨었다. 이 시기는 일도 많고 출장이 잦은 시점이었는데 그게 원인이지 않았나 싶다.

 

임신 30주차 - 성장지연 소견

내가 걱정인형이 된 건 이 때부터였다. 30주차에 서브병원에서 성장지연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28주차에서 30주차 사이에 아기가 불과 10g밖에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시점부터 아기의 성장속도가 평균 주수 대비 뒤쳐지기 시작했다.

 

서브병원 원장님이 큰 병원에 가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전원 소견서를 써주셨다. 더불어 이 시점에 아기가 역아였는데, 아기가 스트레스 받을 수 있는 행동은 하지 않는게 좋다며 혹여라도 고양이 자세 등 역아 돌리기 자세같은건 절대 하지 말라고 하셨다.

 

임신 32주차 - 성장지연

서브병원에서 성장지연 소견을 받고, 본래 다니던 분만병원과 분당차병원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다. 분당차병원은 큰 병원에서 출산을 해야할 수도 있는 상황을 대비해 차트를 미리 만들어두자는 마음으로 방문했다.

 

아기의 크기는 1.5kg으로 하위 5%. 두 병원에서 모두 아기가 작은 상태이긴 하지만, 아이 크기 자체보다는 성장추이가 중요하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보자는 소견을 주셨다. 

 

임신 34주차 - 성장지연 / 역아

아기의 크기는 1.8kg로 여전히 하위 5% 이하였다. 분만병원 주치의 선생님은 아기가 여전히 작긴 하지만 2주 전에 비해 성장했고, 아기가 작은 것 외에는 특별한 이상은 없기 때문에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하셨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아기 몸무게가 2주 정도 뒤쳐지고, 심지어 머리직경과 둘레는 4주 정도 뒤쳐지는 상태로 나와 걱정이 많이 됐었다. 같은 주수의 다른 산모들에 비해 배가 많이 안나온 것도 신경쓰였다. 매 끼니마다 뱃 속 아기를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소고기와 수박을 먹었고, 단백질 양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단백질 음료도 챙겨 먹었다. 

 

임신 36주차 - 성장지연 / 역아

아기의 크기는 2.1kg. 주치의쌤이 역아는 37주차에 꺼내는 것이 일반적인데, 아기가 작은 상태라 고민이라고 하셨다. 지금 크기라면 아이가 태어나서 니큐에 들어가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일주일 더 보고 결정하자고 하셨다. 그 때까지 300g을 더 키워오라고 하셨다. 지금까지 일주일만에 300g이 큰 적이 없었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했지만, 남은 일주일동안 그 전과 똑같이 소고기를 물리도록 열심히 먹었다.

 

 

 

 

37+2일에 양수터짐으로 출산

 

새벽에 갑자기 터져버린 양수

예정 검진일의 하루 전이었던 37주2일차 밤 12시에 양수가 터져버렸다. 양수가 터진건가 긴가민가 할 것도 없었다. 그냥 미지근한 물이 콸콸 쏟아졌다. 반쯤 준비해놨던 출산 가방을 대충 챙겨 바로 분만실로 갔다. 

 

병원에 도착해 검사해보니 진행속도가 빠르진 않아 주치의 선생님을 기다려도 되고, 너무 힘들면 당직의 선생님이 대신 수술을 해주시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때는 진통이 오지 않았던 상태라 주치의 선생님을 기다리겠다고 했다. 하지만 새벽 3시쯤부터 진통이 시작됐고, 5시쯤부터 본격적인 진통이 진행되면서 점점 힘들어졌다. 오전 8시쯤이 되자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 바로 수술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지금까지 기다린게 아까워 2시간 정도를 더 버티다 10시쯤 수술장에 들어갔다.

 

수술하고 알게 된 단각자궁

내가 너무 떨고 있던 탓에 수술장에 들어가자마자 마취선생님이 수면 마취를 해주셨다. 내내 자고 있다 아기를 꺼냈을 때 잠깐 깼는데, 깨자마자 아기가 몇 키로냐고 물어본 기억이 난다. 그러고 나서 잠깐 주치의 선생님이 갸우뚱하시는 모습을 보고 다시 잠들었다.

 

회복실로 돌아와 주치의 선생님이 갸우뚱하시던 이유를 알게됐다. 내 자궁이 자궁기형 중 하나인 단각자궁이었기 때문이다. 임신 내내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제왕절개 수술을 하고나서야 알게 된 사실이다. 보통 임신 초기에 발견하게 된다고 하는데, 초기에 발견을 못했고 그 이후에 분만병원으로 왔을 때는 이미 자궁이 많이 늘어나 있던 상태라 발견을 못했던 것 같다. 

 

단각자궁은 일반적인 자궁의 절반 정도 크기밖에 안된다. 주치의 선생님이 단각자궁이었어서 아기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해 역아였던 것 같고, 20주차 후반부터는 성장 속도도 더뎌졌던 것 같다고 설명해주셨다. 

 

건강하게 태어난 우리 아기

좁은 자궁에 역아로 있었던 탓인지 우리 아기는 태어났을 때 양쪽 옆머리가 좀 눌린 상태로 태어났다 ㅠㅠ 육안으로 보기에 두상이 콘헤드처럼 보여 걱정이 됐다. 하지만 2주가 지난 지금 눌려있던 옆머리가 점점 펴지면서 두상이 예뻐지고 있다. 지금은 두상이 신경쓰이지 않을 정도로 돌아왔다. 아기들의 회복력(?)은 엄청나다.

 

그리고 출산 전까지 아기의 몸무게가 계속 신경쓰였는데, 아기의 몸무게는 2.8kg로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게 태어났다. 좁은 자궁에 찌부되어 있어서 초음파 오차가 컸었나보다. 좁은 집에 37주까지 있느라 힘들었을텐데 다행히 아주 건강하게 태어났다. 좁은 집에 있기 힘들어서 37주가 되자마자 나왔나보다 ㅎㅎ

 


본투비 걱정인형인 내가 자궁기형이었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임신 기간 내내 걱정이 가득했을 것이다. '모르는게 약이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건가보다.

 

좁은 집에 있느라 힘들었을텐데도 열심히 건강하게 성장해서 태어나 준 아기에게 많이 고맙고 미안했다♥ 여유 공간이 없는 줄도 모르고 입체초음파 볼 때 얼굴 안보여줬다고 투덜거렸는데 ㅠㅠ 앞으로는 넓은 방에서 지내렴 아가야. 우리 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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